[헤럴드POP=임지연 기자] 한국무용을 전공하던 소녀는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받고 10년 가까이 했던 무용을 그만뒀다. 아이돌 가수 밀크로 연예계에 데뷔한 소녀는 13년 뒤 안방극장 팬들을 울고 웃기는 배우가 됐다. tvN 월화드라마 ‘또오해영’의 히로인 서현진을 만났다.
서현진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웨딩홀에서 ‘또오해영’ 종영 기자간담회를 열고 극중 ‘오해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과 드라마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또오해영’은 동명이인 두 여자와 미래를 보는 남자가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로맨스다. 이 드라마는 첫 회 시청률 2.09%로 출발해 최종회(18회) 10%로 화려하게 막 내렸다. 서현진이 연기한 오해영은 동명이인 친구 오해영(전혜빈 분)과 관련된 일이라면 소심해지고 위축되지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덕분에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다. 서현진은 오해영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내가 생각한 오해영은 자존감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다른 한 축은 사랑이다. 결국은 사랑이야기다. 자존감이 낮은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살고 싶은 게 모든 이들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매일 존재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 부분이 잘 보여지길 바랐다. '나는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라는 그 대사를 보며 많이 울었고, 그 대사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또오해영'에 임한 서현진의 목표는 '민낯, 연애의 민낯 보여주기'였다.
"오해영을 통해 내 연애의 민낯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도 해영을 연기하면서 순간 순간 사람인지라 창피한 거다. 여기까지 해야 되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용기내서 할 수 있게 스태프들이 도와줬다.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 가장 거짓 없이 임했던 것 같다. 12회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쉽게 버리니'라는 대사가 있다. 나는 그 말을 누군가에게 한적 없지만, 그런 감정을 경험했었다. 다들 입까지 차올랐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그 부분이 오해영이 사랑받은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은 연습 없이 진행했는데 진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서현진은 오해영의 가장 유명한 명대사인 '나 심심하다 진짜' 장면을 두고 "말투는 아무래도 내 말투지만, 박해영 작가님이 써주신 그대로였다. 눈물 흘리는 순간도 써주신 그대로"라고 전했다. 또 가장 기억나는 데이트 장면으로는 바닷가 신을 꼽으며 "모니터를 하는데, 그때 정말 해맑게 웃고 있더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현진은 오해영을 연기하면서 한 순간도 해영이 이해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서현진은 스스로 흑역사를 생성하는 해영을 보면서 "주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흠이나 결점이 있듯, 해영의 그런 부분도 시청자들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해영을 연기하면서 그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다. '아 진짜 주책'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있다. 남자에 눈멀어 엄마 아빠도 못보고 그러지 않나(웃음). 최종회에서 해영의 철없는 모습은 촬영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헛웃음 나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 아빠 앞에서 사랑에만 몰두하는 해영을 보고 누군가는 씁쓸함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해영을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만큼 도경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다. 해영을 보면서 나 역시 용기 있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으로 연기했다. 또 모두가 결점이 있는 것처럼 해영이가 조금은 얄밉고 어떨 때는 진절머리나게 싫어도 그 자체가 해영이라서 좋았다. 그런 부분까지 (시청자들에게)보여드려야, 캐릭터를 밀착되게 받아들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현진과 해영은 얼마나 닮았을까. 서현진도 해영처럼 사랑 앞에서 '직진'할까. 서현진은 고개를 저었다.
"연애관은 솔직한 게 좋은 것 같다. 옛날에 연애는 곧 결혼이라는 생각을 안 했었다. 그런데 해영이처럼 나이가 들다 보니 결혼을 바라보는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 만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해영처럼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가오게도 못 만든다. 그저 가만히 있는다(웃음). 내색도 잘 못한다. 그래서 나에게 많이 표현해줘야ㅡ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길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가장 친한 지인 두분이 결혼을 하셨는데, 굉장히 걱정하면서 가셨다(웃음)."
‘또오해영’은 신기하리만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모였다. 현재 아이돌 신화로 활동 중인 에릭을 비롯해 김지석이 리오, 전혜빈이 Luv로 데뷔했다. 허정민도 2000년 데뷔한 꽃미남 밴드 문차일드로 활동했다. 여기에 팀의 막내인 허영지도 걸그룹 카라 출신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서현진오 아이돌 그룹 밀크로 데뷔했다. 비슷한 시기 데뷔해 10년 넘게 연예계 활동 중인 이들만이 공감하는 무언가가 있는지, '또오해영' 배우들 사이에는 전우애가 있단다.
"전혜빈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했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혜빈 언니는 좋은 편이다.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우애 비슷한 게 우리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나도 데뷔 15년 차다. 그 시간을 버텨온 데는 사람이 뚝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 호흡을 맞춘 이들과 그런 부분이 비슷한 것 같다."
연인 호흡을 맞춘 에릭과는 아이돌 밀크 시절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서현진에게 신화의 에릭은 하늘같은 선배라 감히 눈도 마주치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래서 서현진은 에릭과 호흡을 맞추기 전에 '무뚝뚝한 에릭'을 예상했다고.
"에릭 오빠는 아무래도 선배님이라 무뚝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냥하고 기본적으로 매너가 좋다. 어려움이 없이 호흡을 맞췄고, 끝나고는 좋은 친구가 됐다. 현장에 남자 배우들이 특히 에릭을 좋아한다. 김기두 같은 경우는 '에릭 바라기'라며 '에릭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하더라. 그게 오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에릭에게 너무 고맙다. 버릇없이 군것처럼 보였을 순간에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걸그룹으로 데뷔해 직업란에 스스로 '배우'라고 쓰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서현진은 "배우라는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로 그 시간을 표현했다.
"걸 그룹을 준비하면서 10년 가까이 했던 무용을 그만뒀다. 어떻게 용감하게 학교를 그만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시험 봐서 들어가는 예고에 다녔는데,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개교이례 전학자는 내가 처음이었다. 무용을 잘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캐스팅이 돼 한 달 만에 인문계로 전학을 간 것이다. 부모님도 연예계에 잘 몰랐고, 나 역시 그랬다. 그 후 매일 무용하던 친구들에게 전화해 '왜 안 말렸느냐'고 울기도 했다. 내 의지였지만, 의지가 아니었던 거 같은 순간이었다. 그때가 정말 좋았고 찬란한 시절이었기에 무용을 그만둔 순간이 후회되기도 한다."
배우로 변신한 후에도 여전히 배우가 낯설었던 서현진은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와 뮤지컬 '신데렐라' 후 변했다.
"캐스팅이 안 되면 미련이나 아쉬운 것 없이 떠나고 싶었다. 실제로는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배우에서 한 발 빼고 있었다. '식샤를 합시다' 전까지 그랬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조금 내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깬 것 같다. 연기하는 뉘앙스나 방식이 바뀌었다. 그 작품으로 연기를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은 작품을 끝낸 후 마냥 쉬는 게 겁이 나서 선택했다. 드라마는 편집이나 연출 등 잡아주는 사람이 많은데, 무대 위에는 나밖에 없었다. 책임져야 할 게 많은 걸 경험하면서 나는 연기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각이 생겼다. 그 후부터 직업란에 배우를 쓰게 됐다."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정말 자연스러워진 서현진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또오해영'이 따라다닌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설사 오래 그 꼬리표가 따라다닐지라도 이겨내는 건 자신의 몫이기에 그저 감사하다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지 몰랐다. 다른 게 아니라 내가 대본 보면서 울고 웃었던 포인트를 같이 기뻐하고 마음 아파해주는 분들이 있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싶더라. 더욱이 드라마가 웰메이드여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해영이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면 감사할 것 같다. 더욱이 내 마음의 드는 작품으로 나를 기억해주시는 건 기분 좋은 일일 것 같다. '또오해영' 후 생각하는 것만큼 배우로서 입지가 달라진 거 같진 않다(웃음). 다만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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