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방송화면 캡처
사진 :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곧 언제 울었냐는 듯 유쾌하고 통쾌한 전개에 미소를 띠고 극에 빠져들었다. ‘역적’이 몰입도 높은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연출 김진만, 진창규/극본 황진영/ 이하 역적)이 반환점을 돌았다. 총 30부로 기획된 작품은 14일 방송에서 14회까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모개(김상중 분)가 세상을 떠나고, 길동(윤균상 분)이 연산군(김지석 분)의 환심을 사 한양에 입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가운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 중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게 한 연출과 대본이 돋보였다.

예정된 수순대로 길동의 아버지 아모개는 죽음으로써 극에서 퇴장했다. 아모개는 꿈에서 만신이 “자네 아들은 죽는다. 본시 하늘에서 낸 역사(力士)는 힘을 바르게 쓰지 못하면 죽는 법이다. 자네 아들이 힘을 허튼 데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길동에게 아내 금옥(신은정 분)의 무덤에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숨을 거두었다.

아모개는 길동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본 길동은 슬프게 울부짖는 대신 “아버지, 참말로 고생하셨소”라고 잠든 듯 눈을 감은 아모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쏟았고, “다음 생에도 우리 아버지, 아들 합시다. 다음에는 아버지가 지 아들로 태어나시오”라고 덤덤하게 말해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또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위로 얹어진 “아버지. 씨종의 아들로 태어나 씨종으로 자란 사내. 천하디 천한 이름 아모개를 받아 아모개로 죽은 사내. 맨손 빈주먹으로 시퍼런 생과 맞서 버텨낸 사내. 내 어찌 잊을까. 나를 부르던 아버지의 목소리를”이라는 윤균상의 내레이션은 슬픔을 극대화했다.

아모개 퇴장 장면에서 OST로 삽입된 ‘상사화’는 담담한 듯 애절한 안예은의 목소리와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라는 가사가 어우러져 극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 시청자들이 함께 눈물 흘리게 했다. 이후 아모개가 아들 길현(심희섭 분)의 꿈에 나타나는 장면에서도 시청자들은 길현과 함께 울음을 삼켰다.

‘익화리 큰어르신’이 된 길동이 모리(김정현 분)의 손을 빌려 아모개와 익화리 식구들의 원수인 허태학(김준배 분)을 처리하는 과정과 연산군을 ‘뒷배’로 삼는 과정은 속도감 있으면서도 통쾌하게 그려졌다. 허태학은 아모개의 장례 날 익화리 식구들을 해치려 한 일로 길동에게 잡히자 그의 힘을 두려워하며 모리의 탓으로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길동은 모리의 배신감을 이용해 그가 허태학을 살해하게 두었다. 아모개의 오랜 원한을 갚은 순간이자, 길동의 지략이 감탄을 자아낸 장면이었다.

또한 길동은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은광을 바쳐 임금을 ‘뒷배’로 두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은광을 바친 이로 알려진 소부리(박준규 분)가 연산군과 대면하게 됐으며, 소부리가 잔뜩 긴장한 나머지 쓰러지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연산군이 “저런 것이 참된 백성이다. 임금이 어려워 차마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흡족해 하는 모습은 그의 성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의외로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처럼 ‘역적’은 세련된 연출로 극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모개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도 슬픔을 과도한 화법으로 전하지 않았다. 슬픔을 억누른 길동의 대사,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길현의 표정, 장엄한 산세를 담은 배경화면과 구슬픈 음악을 적절히 어우러지게 해 그 감정을 녹여냈다. 그 담백한 화법이 시청자들을 오히려 더 먹먹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유발할 때도 과장되지 않은 연기와 대사로 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도록 했다.

'역적'은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와 속 시원한 전개로 연일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역적'의 강점을 이뿐 아니었다. 극은 세련된 연출을 통해 극본의 매력 역시 십분 살리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처럼 연기, 극본, 연출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역적'.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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