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명진 기자]"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싶다"
유병재는 자신의 두 번째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에서 위와 같은 소망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유병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27일-29일 3일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유병재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열렸다. 유병재의 'B의 농담'은 티켓 오픈 당시 1분만에 전석 매진되며 화제가 됐다. 'B의 농담'은 유병재만의 코미디 철학, 사회상을 녹여 낸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음 유머를 지향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B의 농담' 속 유병재는 주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B의 농담'은 유병재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그 주제와 관련해 유병재가 들었던 악플이 재생돼 나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예컨대 유병재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배경 음악이 깔리면서 '여혐은 지능 문제'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왜 불편한지 모르겠으면 사과하세요' 등 예상 댓글이 음성 지원돼 나오는 형식. 음성은 유병재를 향했던 악플들로 구성됐다.
앞서 유병재는 '나의 아저씨'를 재밌게 봤다고 소감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유병재는 “저에게 단순한 문화 취향이었던 것이 어떤 분들께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 속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저도 젠더 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조금 더 편한 시각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라고 진정성 느껴지는 사과문을 올려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그런데 유병재는 공연에서 "'나의 아저씨'를 재밌게 봤다고 해서 사과했다. 다시 한 번 '나의 아저씨'를 재밌게 봤다고 해서 죄송하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해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외 동시에 그의 적었던 사과문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외에도 유병재는 "남동생은 일베, 여동생은 메갈" "페미니즘 배우고 싶은데 배우려고 해도 뭐라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뭐라한다" "유병재 한남충 가만 안 두려고 공연 오신 분들 오늘은 봐달라. 한남동(공연이 열린 곳)에 한남충 하나 쯤" 등의 발언을 했다.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관람 후기에는 "공연 내내 유병재는 자신에게 사람들이 말한 것을 오디오로 틀며 사람들이 웃기를 종용했다"라며 "어떤 부분이 유병재 씨의 진심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게재됐다. 이외에도 "'나의 아저씨' 피드백 깔끔하게 써서 진정성 느꼈던 사람 뒤통수 때리듯 논란 조롱" "페미니즘 공부하고 있다면서 여성혐오 욕설을 반복적으로 개그로 쓰는 것에서부터 아이러니"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물론 유병재는 노력했다. '보수만 깐다'는 악플 음성에는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 혐의 기소를 언급하며 '모두 까기'의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 자신의 소속사 'YG'를 못 깐다는 음성에는 "YG에는 마약한 사람이 많다. 마약은 그분들이 했는데 욕은 제가 먹는다"며 "기분 좋았던건 그분들인데 기분 나쁜건 나"라고 말했다.
공연 말미에 유병재는 "연예인은 자유 의지가 없다. 낯가리면 콘셉트, 떠들면 나댄다고 한다. 보수 까면 재수 없다하고 진보까면 '입진보'라 한다. 얽매이지 않고 말하고 싶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병재는 진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모든 의견에 동조하는 순간, 냉철한 시각과 사회를 꼬집는 유머로 사랑 받았던 유병재는 사라진다.
유병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자신을 향한 온갖 종류의 악플에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은 모든 사람의 취향이 되기 위해 모든 것에 변명하는 유병재가 아닌, 이제껏 그래왔듯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유병재를 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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