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헤럴드POP=고승아 기자]배우 류덕환이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를 통해 훨훨 날았다. 1992년 MBC ‘뽀뽀뽀’를 통해 본격적인 아역 생활을 시작한 류덕환은 연기를 시작한 지 무려 27년 차의 경력을 지니게 됐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필모그라피를 빼곡히 채운 그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대한 이후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돌아온 류덕환은 정보왕 역으로 분했다. 유쾌하고 현실적인 판사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려냈고 친화력 넘치는 표정과 재치 넘치는 입담은 류덕환과 정보왕의 경계를 허물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가진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를 만나 변화할 수 있었고,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실제 부장판사 문유석 작가가 집필해 화제를 모은 ‘미스 함무라비’는 민사 사건을 바탕으로 여러 인간 군상을 다뤘다. 사회적 메시지는 강하면서도 따뜻했다. 사건보다는 인간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매회 감동의 눈물을 안기기도 했다. ‘미스 함무라비’가 가진 메시지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류덕환에게도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잘 되는지 몰랐는데 이번엔 가족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다양한 분들이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 말해주시더라. 그런 걸 보니 너무 감사했다. 시나리오 보면서 공감성을 생각했을 때 이 드라마는 분명히 최근 저희가 계속 봐왔던 재밌는 드라마와 별개인 이야기라 좋아하신 것 같다. ‘함무라비’는 판사 직업이 멀지만 사실 되게 가까이 느껴졌다. 작고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들을 다뤘기에 공감성을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미스 함무라비’에는 여러 사회적 이슈가 많이 담겨있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생생한 현실을 투영해 주위에 있을 법한 소소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의료 사고 분쟁, 몰래카메라, 준강간 사건, 고깃집 불판 사건, 직장 내 성폭행 사례 등이 그렇다.

“전 의외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직업 자체가 그런 것들도 많이 알아야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데 에피소드 중 부장이 부하 직원에게 사진 찍어 보내는 걸 보면서 너무 드라마적이지 않냐고 물었더니, 작가님이 실제 다뤘던 사건이라고 하시더라. 이런 일이 일어나도 집단 내에서만 알고 넘어가니 제가 정말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로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건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 본인에게도 변화를 안긴 ‘미스 함무라비’. 특히 류덕환은 정보왕 그 자체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3부 우배석판사 정보왕은 법원 내 최고의 정보통이다. 시도 때도 없이 수다를 떨며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하고 모든 방을 들쑤시는 오지랖 대마왕이다. 임바른(김명수 분)과 박차오름(고아라 분)에게는 이러한 지점이 위로를 안기기도 했다.

“제가 좋은 역할, 좋은 드라마에 대한 패턴을 생각할 때 항상 ‘이 역할이 무엇을 통해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정보왕은 그게 명확했다. 바른이가 말했듯 정보왕은 사회생활 잘하고, 손해 안 보려고 하면서 남에게 피해도 안 끼치려 한다.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싫어하고, 인간을 좋아하면서 분석하고 싶어 하는 친구다.”

이어 “저와 정보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비슷하다. 비록 저는 표현을 못 하는 스타일이지만 보왕이는 표현을 잘해서 오히려 제가 대리만족했다. 제가 군대에 있으면서 친구들은 다 좋았지만, 어떤 인간애를 느끼지 못하는 집단 자체에 있다 보니 인간 류덕환을 잊고 작대기 2개에 집착했다. 개인적인 인생이 아닌 집단에 있다 보니 사회에서 살았던 ‘나’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마침 보왕이 역 제의가 왔고 제가 갈망하던 사람들의 교류, 2년간 하지 못한 것을 정보왕을 통해 조금은 대리만족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류덕환이 ‘미스 함무라비'를 택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주연급 배우가 분량이 다소 적은 역을 택한 것이 그 이유였다. 문유석 작가 역시 류덕환이 정보왕 역을 맡을 줄 몰랐다고 전한 바 있다.

“작가님의 그런 반응에 감사하다. (웃음) 많은 분들이 왜 이 작품을 택했는지, 분량에 대한 얘기를 하시기도 했다. 우선 전 분량에 대해 잘 따지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작품마다 제가 이끌고 싶은 게 있고, 아닌 것도 있지 않느냐. 분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역이지만 제가 딱 맞게 표현할 수 있고, 매력 있게 보일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을 봤을 때 보왕이도 마찬가지인 선택이다. 많이 안 나와서 서운한 것도 없었고, 작가님의 칭찬에 오히려 감사했다.”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은 연기 경력으로 무려 27년을 쌓았다. 이미 잔뼈가 굵고, 아역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변화된 현장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는 터.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그간 스스로 성장해온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아역부터 오래 해오면서 드라마 시스템이 많이 변했다. 당시에는 아역 배우들이 아동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소품처럼 여겨졌던 시절이고, 사람이 남지 못하는 작업 환경이었다. 같이 작업을 했어도 일이 끝나면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장진 감독님을 만나고 좋은 선배, 형들을 만나 작업은 이렇게 하는 것임을 영화를 통해 배웠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제가 영화 스타일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영화, 연극 말고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하는 건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OCN ‘신의 퀴즈’가 그런 벽을 조금 깨줬다. 물론 아역을 하면서 선배들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 ‘전원일기’를 하면서 최불암 선생님, 김수미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덜했다. 그래도 작업할 때 눈치를 많이 봤다. 당시에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었고, 항상 혼났던 기억만 있다. 매번 혼나니 당연하다 여겼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내가 한 것에 대해 실망하면 어떡하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좋은 형들을 만나 이겨냈고, 제 나름대로도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단단해진 자신의 모습을 전했다.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류덕환/사진=민은경 기자

끝으로 류덕환은 자신에게도 특별한 변화를 안긴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미스 함무라비’가 사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좋은 의미에서 감독님, 작가님이 촌스러움을 다시 가지고 왔다. 예전 드라마는 이야기가 남았는데 최근에는 드라마를 보면 어느 한 장면, 어떤 OST가 남는다. 물론 그런 게 필요한 시대라 본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이야기가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해서 담백하게 만들기 위해 도전했고, 그런 마인드로 좋은 배우들이 다 참여했다. 촌스러움을 좋은 의미로 잘 가지고 왔는데 이를 시청자분들이 잘 느끼고 감동해주시고 반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직도 이런 감성이 남아있다는 걸 갖고 잘 살아가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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