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지혜 기자] 법을 수호하는 자기님들이 진솔한 이야기로 뭉클함을 안겼다.
28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법의 날' 특집으로 꾸려져 속기사, 한국 귀화 변호사, 검사, 판사 자기님과 만났다.
먼저 속기사 윤병임 자기님이 등장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녹취록 속기를 맡았던 수원 노숙 청소년 사건을 언급했다. 해당 녹취록을 보니 피의자로 지목됐던 청소년들이 직접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사건 내용을 알려주면서 이들에게 말을 하게끔 유도하는 모습을 윤병임이 포착했다는 것. 이에 그는 무료로 청소년들을 도왔고, 이 녹취록이 결정적 증거가 되어 청소년 5명이 무죄 판정을 받았다고.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다툼, 분쟁을 들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없을까. 이에 윤병임은 "저는 일이 너무 좋다. 일을 안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데, 하면 날아다닌다"고 밝혔다. 또 "어려우신 분들, 뭔가 주장하고 싶은데 입증할 게 없을 때 녹음한 걸 들고 와서 제가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될 때 자부심이 든다"고 속기사의 매력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이 좋아 귀화를 택한 독립유공자 후손 데이비드 린튼 변호사도 등장했다. 1895년 1대 선조인 유진 벨이 선교사로 한국을 찾은 이래 5대째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2014년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으며, 현재는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귀화 후 좋은 점을 묻자 린튼은 "저에게 제일 중요하고 도움되는 건 한국어 능력시험을 안봐도 된다는 것이다. 제가 시험같은 거 보는 걸 잘 못한다"고 말하며 귀하 후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세금 많이 올랐다. 거의 두 배"라고 능청스럽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린튼은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 유학으로 한국을 잠시 찾았다가 졸업을 위해 다시 미국에 돌아가 로스쿨 진학 후 변호사가 됐다고. 그런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린튼은 "(한국과) 무언가 커넥션이 생긴 거다. 다시 오라는 느낌이 있었고, 속에서 끌어당기는 무언가도 있었다. 조상들 행보도 장남의 장남이었고, 또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좋은 경험이 있었다"며 대학 시절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도 표했다.
린튼의 조상은 대대로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전쟁에 참전하는 등 한국을 위해 힘썼던 바, 한국이 어떤 의미인지 묻자 린튼은 "우리 패밀리에 옛날부터 따뜻한 환경으로 기회 주는 데 감사한 마음"이라며 "저도 제가 어떻게 이런 패밀리의 멤버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훌륭한 일 안하고 평범한 사람인데. 책임감도 느낀다. 조상님들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다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든다"고 해 감동을 더했다.
이어 '유퀴즈' 최초로 검사가 등장했다. 수원지검 형사 3부 서아람 검사는 "보통 검사라고 하면 독사같이 무섭게 사람을 몰아붙이는 그런 이미지를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대부분 검사님들은 웃는 낯이시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분들"이라며 서글서글하고 나긋한 웃음을 보여줬다. 서 검사는 검사 일이 겉보기에는 일반 사무직에 가까워보이지만 몇 주에서 몇 달씩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집무실에서 생활하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화두가 됐던 스토킹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검사는 "사실 저희가 형사 사건을 들여다보면 스토킹이 전반에 깔려있는 사건이 많다. 핵심은 스토킹임에도 처벌하지 못해 자잘한 주거침입, 폭행, 모욕으로밖에 처벌할 수 없어 안타깝다. 현행법이 없어 검사로서 무력감을 느끼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스토킹 처벌법이 잘 추진돼 이와 같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무서운 것은 '억울한 피의자'를 꼽았다. 그는 "제가 맡았던 사건중에 아내가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 있었다.저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공감하며 남편을 추궁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오히려 자기가 맞고 있다고 했는데 저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며 "그런데 어느날 이 분이 영상을 하나 들고 오셨다. 서재에 캠을 설치해놓고 맞는 장면을 찍어오신 거다. 남자 분이 그렇게 맞고 있는데 아찔했다. 모르고 지나쳤으면 정말 억울한 사람을 만들 뻔했구나,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억울한 피의자가 가장 두렵다"고 전했다.
김동현 판사와의 토크도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지난해 10월 임용돼 올 3월부터 수원지법에서 일하고 있다고. 김 판사는 "아직까지는 재판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하고 아직 얼떨떨하다. 진짜 내가 판사가 됐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제가 하는 재판에 오시는 당사자 분들께서도 제가 재판을 잘하는지 보실 거기 때문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판사 지망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에 로스쿨 갔을 때는 IT 전문 변호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고로 시력을 잃게되면서 그걸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걸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다 저보다 먼저 판사가 되신 최영 판사님 기사를 접하고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판사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고통을 이겨내고 판사가 된 그는 "뭔가 하고싶은 게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해보시라"며 시청자들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를 묻자 "주권자이신 국민 여러분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거니까. 사법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다. 국민들이 제 재판에 불만을 가진다면 옷을 벗어야할 것"이라고 판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내 시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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