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변요한은 기본기를 잘 다져온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했다. 이후 ‘재난영화’ ‘목격자의 밤’ ‘까마귀 소년’ ‘노리개’ ‘감시자들’ ‘들개’ ‘세개의 거울’ ‘우는 남자’ 등 3년간 현장 경험을 두둑이 쌓았다. 독립영화계에서는 ‘될 성 부를 나무’로 점쳐져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트로피를 받았다. 4년간 독립영화계에서 발판을 다져온 그가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알린 게 tvN 화제의 드라마 ‘미생’이다. 김원석 PD도 독립영화 샛별로 알려진 변요한의 이야기를 듣고 먼저 오디션을 제안했다. 변요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한석율 캐릭터를 따냈다.
변요한이 ‘미생’에서 한석율로 처음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원작 만화 속 캐릭터를 고스란히 걸치고 나온 듯 매끄러운 연기력에 흔하지 않는 얼굴. 강렬한 인상을 주는 5대5 가르마는 덤이었다. “저 배우 누구냐”라는 궁금증으로 변요한의 존재를 인식했다. 실제로 만나본 변요한은 한석율처럼 당찼다.
“열흘 전에 캐스팅 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원작 웹툰을 보고 한석율 이미지를 잡아가려고 했죠. 만화가 카메라 속에 담겨질 때 무엇이 가장 달라질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한석율 캐릭터는 너무 튀면 드라마 흐름을 산만하게 만들 것 같았거든요. 무게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연기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변요한은 한석율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다. 배우들과의 호흡도 빛났다. 변요한을 중심으로 시작된 하나 하나의 흥행 요소가 모여 ‘시청률 대박’과 ‘화제의 드라마’로 이어졌다. 변요한도 한석율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한석율을 원작으로 접했을 때에는 굉장히 얄미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말단 직원 한석율은 저와도 비슷한 것 같았어요. 저도 한석율처럼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 배우였을 때 독립영화 현장을 뛰어다녔죠. 독립영화계가 절 받아준 첫 번째 장소였고, 거기에서 많이 넘어지고 배웠죠. 정말 피가 끓는 뜨거운 곳이었습니다. 그런 제 경험을 떠올리면서 한석율을 만들어갔죠.”
변요한은 자신의 연기 통로가 되어준 독립영화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지난 3년간 10개 작품 넘게 찍어온 독립 영화 대사를 아직도 외울 정도란다.
“저에게 그냥 지나쳐가는 필모그래피는 없어요. 10개가 넘는 작품들은 단순히 필모그래피라고 하기에는 정말 아까워요. 지금 했던 역할이 다음 작품을 만나면 다시 채워졌거든요. 오늘의 ‘미생’을 위해 남겨졌고 채워진거죠. 그동안 만난 캐릭터들이 한석율을 위해 밀어준 것 같고요. 다양한 연기를 통해 쌓여온 선물같은 캐릭터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부친 회사 직원들과도 돈독했던 한석율. 변요한도 한석율처럼 가족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경험이 비슷했다고 털어놨다.
“한석율은 겉으로 볼 때 버릇도 정도 없는 것 같지만 가슴이 따뜻한 인물이에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죠. 저도 가족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가족을 머릿 속에 그리면서 연기합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시죠. 특히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여동생이 큰 힘이 돼 줬습니다.”
매번 적확한 단어를 찾아서 쓰려고 애쓰는 듯했다. ‘미생’ 종영 이후 숱한 인터뷰를 해온 덕분일까. 유려한 말투였다. “어렸을 때 말을 더듬어서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극복했다”는 그의 말에 의심이 들 정도로. “매사에 침착하고 떨지 않을 것 같다”라고 묻자 “늘 두렵다”라며 의외의 답을 들려줬다. 올해 서른 살이 된 변요한은 낭만을 꿈꾸고 있었다.
“당당해 보이는 것 같지만 항상 두려움이 있어요.‘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그러다가 카메라 앞에 서면 두려움이 사라져요. 신기하죠. 서른이 되니 30대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20대 시절 겪었던 치열함과 부족함을 30대 때에는 능숙하게 이겨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만의 멋도 더 쌓일 것 같고요(웃음).” ‘미생’ 인기를 등에 업고 곧바로 다음 작품을 촬영할 것만 같지만 변요한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해왔던 것은 각자가 주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작품이 가진 울림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다.
“다작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그 다음에는 제가 그 메시지를 연기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하는거죠. 제가 스스로 비울 수 있을 때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조합상과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과 배우상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변요한의 주연 영화 ‘소셜포비아’가 오는 3월 12일부터 극장에서 소개된다.
3월, 꽃피는 봄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KT&G 상상마당에서 마련한 2월 단편 상상 극장 ‘변요한전’을 찾으면 된다. 오는 3일부터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변요한의 데뷔작 ‘토요근무’부터 ‘재난영화’ ‘매직 아워’ ‘목격자의 밤’ 4편을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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