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결혼계약’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끌린다. 그 이유가 뭘까?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연출 김진민/극본 정유경)이 지난 3일 방송된 10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2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9회에서 기록한 18.9%보다 3.1%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두 번째 20%대 돌파이다. ‘결혼계약’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결혼계약’은 인생의 가치가 돈뿐인 남자와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자가 극적인 관계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정통 멜로드라마로, 재벌가 이야기, 주인공의 시한부 선고, 모든 걸 가진 것 같지만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남자 주인공과 가난하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 등 클리셰가 가득하다.
전개는 또 어떠한가. 한지훈(이서진 분)과 강혜수(유이 분)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상태에서 계약 결혼을 했다. 한지훈은 어머니 오미란(이휘향 분)을 살리기 위해 이식 수술을 해줄 가짜 아내가 필요했고, 강혜수는 딸 은성(신린아 분)이 자신이 떠난 뒤에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돈이 필요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 계약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로 계속해서 부딪혔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질 것임은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재벌 2세가 캔디 같이 씩씩한 여자 주인공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끼는 과정 역시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때문에 ‘결혼계약’은 방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고, 첫 방송을 마친 후에도 ‘뻔한 신파’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극이 보여주는 소재나 스토리 전개는 여전히 진부했지만, 시청자들의 평은 전혀 달라졌다.
‘결혼계약’은 주말드라마치고는 짧은 16부작이다. 때문에 질질 끄는 면이 없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 한지훈과 강혜수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빠르게 깨달았고, 한지훈은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미치겠다, 왜 이렇게 보고 싶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사랑에 빠져가는 한지훈의 모습은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했다.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강혜수는 한지훈을 밀어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련하고 애틋한 한지훈과 강혜수의 사랑을 연기하는 이서진과 유이의 연기도 드라마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첫 회 방송 때까지만 해도 이서진과 유이의 멜로 호흡에 의문을 품었던 시청자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 빠져들고 있다. 극의 아련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한 요소이다.
한지훈은 까칠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어머니 오미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속정 깊은 인물이다. 혜수의 딸 은성과 저녁 시간을 보낸 날, 집에 돌아가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기뻐하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도 갖고 있다. 혜수 역시 소중한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으며, 혜수가 한지훈을 밀어내는 이유 역시 그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서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작품의 주제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힘을 갖는다.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한지훈과 강혜수의 모습에서는 어떤 위로가 느껴진다. 이 따스함이 ‘결혼계약’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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