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포스터
사진=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청소는 단순하게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만이 아니다.

하루 종일 일에 치어 살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누구나 다 지저분한 집보다는 깔끔한 집이 자신을 맞아주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너무나 바쁜 일들이 일상으로 반복되므로, 당장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침구 속으로 간신히 몸을 비집어 넣고 휴식을 취하려한다. 결국 청소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어쩌다 한 번 마음이 내켰을 때 대청소로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일상으로 되돌아온 삶은 다시 정리를 포기하고 지저분할 주변을 회피하며 당장의 휴식을 찾아간다. 언제나 불편한 생활은 회피하고 당장의 체면차림만 좇는 꼴이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연출 전우성, 임세준/ 극본 김지선, 황영아)는 그렇게 회피하고 있었던 삶을 청소하는 한 하우스헬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당장 삶도, 집도, 사랑도, 머릿속도 어지러운 사람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하우스헬퍼 김지운(하석진 분). 뭐든지 거뜬히 정리하고 청소하는 그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집만 청소할 뿐 아니라 회피하고 있었던 일들을 정면으로 맞서게 하는 용기를 심어준다. 소파 속에 떨어트렸다가 찾지 못했던 반지를 찾기 위해서 소파의 쿠션을 들게 하는 것과 같다. 피하려하지 말고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피하기만 하면 머릿속도 정리 안 된 집처럼 어지러워질 뿐이다.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윤상아(고원희 분)는 평범한 삶을 살지만 사치를 부리는 이들의 삶에 주인공으로 서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 찬 인물이다. 그렇기에 윤상아는 해외 출장을 가 연락도 안 되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그저 ‘개 봐주는 여자’로 살아가더라도 외출을 할 때면 이 세상 누구보다 바쁘고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헬퍼 김지운의 등장으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손님이 오면 대충 보이지 않는 곳에 온갖 짐들을 우겨넣고 깔끔한 거실인 마냥 내보이던 자신의 모습의 민낯을 김지운에게 내보인 것. 그렇게 윤상아는 정리를 시작한다. 우선 개와 집만 맡기고 자신의 곁을 떠난 남자친구와의 관계부터 그녀는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다.

녹록치 않은 인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임다영(보나 분) 역시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설계하고 지은 주택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임다영에게 ‘집’은 아버지와 함께였기에 행복했던 공간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다영에게 집은 짐과 같다. 행복했던 기억을 머금은 집은 그 추억을 간직하려고 계속 품고 있다가 썩어가는 과정에 놓여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된 기억 속 다정했던 친구들은 한 순간의 오해들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서로 피하고 살았던 긴 시간들. 청소를 통해 임다영은 이 모든 것들의 회복을 맞기 시작한다. 우선 계속 간직하고 싶었던 추억들부터 정리해야했다.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김지운은 임다영의 추억들을 버리기보다 간직하되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렇게 곰팡이가 피어가던 집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가고. 집이 정리가 되니 사람도 모이게 됐다.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 윤상아와 한소미(서은아 분) 또한 임다영의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며 오래된 감정들도 정리가 됐다. 결국 청소는 단순히 지저분한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그저 깔끔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대로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이러한 청소의 철학을 삶의 철학으로 끌어온다. 우선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 길을 잃고 헤매는 20대의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다. 당장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있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하는 지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저분한 주변을 정리해야한다. 필요한 관계를 정립하고 불필요한 관계들을 정리한다. 필요한 일들을 먼저 처리하고 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한다. 그렇게 차곡하게 정리하다보면 결국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하는지를 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청소가 삶의 의미로 다가오니 지친 시청자들의 삶에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단비와 같은 힐링드라마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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