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정유미, 조정석 / 사진=헤럴드POP DB
나영석 PD, 정유미, 조정석 / 사진=헤럴드POP DB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어디서 들었는데 A와 B가 사귄다더라.’

소위 ‘카더라’ 통신이 발동되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입에서 혹은 누군가의 펜에서 나온 말이 이제 또 다른 누군가에 옮겨진다. 역시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답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슷한 글이 올라오더니,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해버린다. 이때부터 이미 ‘카더라’ 통신에서 비롯된 유언비어는 사실처럼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하루도 안 돼 천리에 당도하니 KTX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무리다. 물론 말을 옮기는 모두는 마음이 편하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나도 들은 건데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이상한 형국이 되어버린다.

소설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태는 바로 지난 17일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사실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라시가 등장하고 삽시간에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더니 실시간 검색어에는 해당 지라시에 언급된 인물들의 이름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이 오늘(18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게 무슨 소설 같은 소리야’라고 무시했던 이들도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당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무 근거도 없는 소문에 피해자들이 입장을 밝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입장이 없으니 사실인가 보다’라는 말이 또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故 최진실 / 사진=KBS 제공
故 최진실 / 사진=KBS 제공

그렇게 17일 하루 동안 ‘지라시’에 언급돼 피해를 본 나영석 PD, 배우 정유미, 조정석 모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지라시’가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서진 역시 18일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해당 지라시를 언급하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당사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밝히니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됐다. 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지라시를 언급한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삭제되기 시작했다. ‘내가 들었다’, ‘내가 관계자다’라고 주장하던 인물들도 자취를 감췄다. 비판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많이 반복된 일이었으니 말이다.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故 최진실은 전혀 사실 무근의 소문에 괴로워했다. 소위 ‘지라시’로 유포된 루머는 마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고, 故 최진실은 경찰에 진정서를 내며 관련된 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괴담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제야 사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라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러한 유언비어들이 어디서 등장하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그렇게 사회는 바뀌었을까. 그랬다면 나영석 PD와 정유미, 조정석은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지라시들은 생성됐다.

김아중, 구하라 / 사진=헤럴드POP DB
김아중, 구하라 / 사진=헤럴드POP DB

당장 지난 8월, 배우 김아중 또한 난데없는 지라시로 피해를 봤다. 지난달 5일에도 구하라가 ‘스스로 약을 먹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낭설이 떠돌았다. 그럴 때마다 소문의 당사자들이 해명을 해야 했다. 재밌는 점은 이 루머를 퍼뜨린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허위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렇게 법이 명시를 해둬도 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지라시’는 막을 수 없는 존재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라시’가 사회에서 여전히 가십으로 읽히고 있는 이유는 ‘옮겨가며 유포’되기 때문이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하더라도 연기를 퍼뜨리는 바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은 그저 부는 방향으로 갔을 뿐이라고 변명을 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건 2차 가해다. 확인 되지 않은 사실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다. 재미였을 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게다가 한 번 퍼져버린 소문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결국 피해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망령이 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새겨야 할 때다. ‘말은 말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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